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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ie's Blog
그 해 겨울 잘 덖어 말려두었던 페퍼민트 한 줌과 너를 뜨겁게 우려내고선 볼품도 없이 주먹손으로 빚은 잔에 너를 채웠다 몇 시간을 그리 두고 옅어진 차 향기에 네가 사라지고서야 그 미적지근한 물을 훌떡 들이켰다 그러고는 가득 따라둔 기억에 주저하던 손으로 다시 물을 끓였다 그래야 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뒤집었던 손바닥 엎기 그냥 그러면 된다 어려울 건 없다 사는 거 그러면 된다
어잇차! 처마 밑으로 빗줄기가 쉼 없이 내리던 날 툇마루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한 쪽 무릎을 짚고서야 아궁이로 걸어가실 수 있었다 그 땐 그게 할머니의 세월인지를 몰랐다
언젠가 커피 한 잔 사이로 귓가에 속삭이듯 흐르던 네 웃음과 오후에 내리던 빗속에 발을 맞추며 걷던 우리는 설렘이었다 그러던 네가 더 아련해진다 매일 더 선명하게 추억하고 싶지만 하루 하루 더 그래 간다 마땅히 떠오르질 않는다 아득해지는 너를 붙잡을 방법이 그래 더 어슴푸레해지기 전에 기억 언저리에서 널 오려내어 내 작은 스크랩북에 가지런히 붙여두어야겠다
[명사]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심술을 부리는 성질. 가끔 단어나 어휘에서 질감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말이나 문장, 문맥에서 뉘앙스를 느낀다고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의 소리가 주는 질감이 있다. 그건 아마 음운학이나 음성학적으로 살펴야 할 부분일 것 같기도 하다. 몽니… 사전적 의미가 심술 따위를 표현하는 말이니 좋은(?) 말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질감은 의미와는 다르게 뭔가 매끈하고 부드러운 유리구슬의 느낌이랄까? 하얗게 그 속을 내비치지 않는 그런 유리구슬이 떠오른다. 뭔가 답답하고 꺼내놓고 싶은 속내를 가감없이 털어내려 애쓰는 모습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결국 부드러움을 깨트리고 속을 내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삐죽삐죽 깨어진..
빨갛게 익은 것 누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서는 결국 떨어져 썩어지고 말겠지 그 손길을 기다리지 못하고 떨어진 건 자신의 탓인 게다 버텨낼 시간이 필요한대 가지를 붙잡을 힘이 없는 녀석은 그렇게 삶을 놓아버릴 수 밖에 원망해선 안 된다 안타까울 일도 아니다 썩은 몸은 다시 밑거름이 되기도 하니까
별천지입니다 두 팔 베고 누운 이 곳 하늘은 별들의 세상입니다 삶을 되물어오는 반짝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꾸할 만한 인생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버렸습니다 우수수 별이 떨어집니다 다 담아내지도 못할 것을 두 눈으로 담아보려 애를 씁니다 밤의 차가운 공기가 흘러 흘러 가기 전에 한 가득 별을 새겨둘 겁니다 하늘이 더 파래지기 전에 한 가득 그리움을 품어볼 겁니다 저 별세상에 그대가 있으려나요
연단의 시간이 찾아왔었지요 날아오를 준비를 해야했거든요 그래서 혼자인 게 당연할 수 있었어요 온몸을 고독으로 둘둘 싸매어 긴 기다림을 시작했지요 언젠가 등을 터 지금을 벗고 날아오르길 기대했어요 세찬 비바람이 불어옵니다 아직 벗지 못한 허물 속인데 가혹하리만치 못 견딜 시련이 다가옵니다 볕이 내밀어준 손을 잡으면 버텨낼 수 있을거야 그렇게 그대의 그 따뜻한 손길을 기다렸지요 한 참을 기다리지만 이제 나는 반쪽 뿐입니다 삶을 애원하지도 못하는 반쪽이요 그에게 닿지도 못할 곳에서 포기할 수 없는 삶을 외쳐댑니다 조금씩 뭉그러져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 이틀, 사흘을
의식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난 흩어져버리고 말거다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어제를 살았던 또 오늘을 살고 있는… 그들의 의식을 내 머리 속으로 옮겨둬야 한다 그게 필요하고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생각의 공백을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고 칸트가 말한 것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머리 속을 헤집는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건 마치 잠자리에 라디오를 켜둔 것과 같다 내 머리 속엔 백색 소음이 가득 필요하다 그래야 하루를 온 종일 울고 마는데 써버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혼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삶이 의미가 없다는 걸 느낄 겨를이 없다 그래야 한다 끊임 없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어야 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소리, 비구름에 어둑해진 오후의 서늘한 바람과 빗소리를 듣고 있자면 눈을 감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는 순간 이내 소리가 이끄는 또 다른 세상에 도달한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평안함, 또 미소짓게 되는 익숙함, 마치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버린 시간의 시작점에 와 닿아있는 것 같다 그러고선 빛으로 가득한 세상에 슬며시 한 발을 내딛어 본다 발끝으로부터 전해오는 볕의 따사로움이 조금씩 차오르며 어둠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온몸을 볕으로 적시면 모든게 충족되고 만다 몇 십분이 흘렀을까 빗소리의 꿈에서 깨고 말았다 하늘이 개이고 나를 붙잡던 소리는 처마 밑에 고여든 똑똑 거리는 물방울 소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소리는 나를 토닥이는 속삭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또 그렇게 비를 기다..